새해 일출을 다녀오셨습니까?
연말이 되면 늘 등장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입니다. 한 마디로 우여곡절이 많았다 라는 표현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느 특정 년(年), 즉 지난 2009년 만 그러했던 것이 아니라 작년, 재작년, 5년 전, 10년 전 아니 100년 전도 마찬가지였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그러기에 한 해를 마름하는 뉴스 방송 아나운서들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 해...” 운운 하는 ‘송년멘트’가 매년 반복되는 것을 보면서도 금년 역시 긴 한 숨으로 거기에 동의를 하게 되는 것을 보면 과연 사람의 사는 모양이 다사다난을 떠날 수는 없는 모양입니다.
동해바다로 새해 아침 ‘일출구경’을 떠나 보신 적이 있습니까? 저는 동해바다에서의 일출을 본 적은 있습니다만 새해 아침은 아니었고 아직까지도 새해 일출을 보기위해서 떠나 본 적이 없으니 삶의 열기가 조금은 미지근하고 게으른 사람이라고 스스로 진단합니다. 새해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이전 것들을 내려놓고 바다 같이 넓은 가슴과 새벽 맑은 공기의 깊은 호흡으로 나 자신과 가정을 위한 선한 다짐을 하면서 새해를 맞이하는 것도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새해 아침이라고 하여서 특이하거나 유별난 모습으로 태양이 뜨는 것은 아니지요. 다만 사람들이 바람과 염원을 가지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각 개인에게는 제 각각의 더욱 아름답고 더욱 장대한, 그래서 더욱 멋진 ‘해오름’이 되는 것이지요.
사진을 찍거나 촬영을 해 놓은 것을 보아도 태양의 모양만으로는 그것이 새해 일출이라는 것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백만이 넘는 사람들이 때만 되면 동해바다 어디어디로 몰려가기에, 발 빠르게 ‘새해일출대박’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저마다 ‘일출명당’을 외치며 홍보에 나서고 온갖 미신과 주술적 효험 처방들이 각양으로 난무하면서 손에 들고 비는‘소원 촛불’과 일출을 보며 깨뜨리는 ‘액땜 바가지’까지 등장하는 것을 보면, 어떻든 사람들은 ‘새해에는 뭔가 좀 달라질 것’을 너나없이 기대하고 소원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다사다난이라고 하는 표현은 거의 사람들에게만 해당이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동물들의 삶의 모양을 보면, 물론 나름대로 다사다난의 삶을 살아가고는 있겠습니다만, 우리 사람들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조금은 우울한 표현으로 하자면, 동물들의 삶은 ‘오늘 먹느냐 굶느냐 아니면 먹히느냐’ 하는 것으로 단순한 반면에 사람들의 삶은 ‘오늘 어떻게 더 많이 가질 것이냐’하는 목적이 이끄는 삶의 절대명제 덕분(?)에 복잡, 갈등, 시비, 다툼, 원망 그리고 원수 짓는 것으로 복잡하여지고 그래서 다사다난(多事多難)의 탄탄대로가 베토벤의 5번처럼 열려지는 것이지요.
반면에, 일출 곧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보십시오. 그 모습은 백 년 전이나 천년 전에도 역시 마찬가지로 한결 같았습니다. 어느 해(年) 떠오르지 아니한 적도 없고 예정된 시간을 어기고 지각 일출의 모양을 보여준 적도 없습니다. 또 그 모습으로도 더 초라했던 적도 없고 더욱 장구 치며 떠오른 적도 없습니다. 그래서 생각하게 됩니다.
“아하, 사람들은 변하지 않는 것을 사모하고 의지하는구나.”
즉, 변하지 않기 때문에 속을 일도 실망할 일도 없으며, 또한 변하지 않기 때문에 ‘절대 신뢰’를 보내며 그러기에 에스키모 인들처럼 방한 무장을 하고 겨울 새벽의 찬 공기를 기꺼이 가르면서 동해바다까지 좇아가고 춥고 어두운 해변가에서 언 발을 동동거리기를 마다않는 것입니다. 자신을 실망시키지 아니할 존재와 현상에 대하여서 의심하지 않는 것이며 그래서 그 모든 수고와 불편과 노력의 경주를 감내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바로 알아야 할 것은 자연과 천체의 변하지도 요동치도 아니하는 절대모습을 만드시고 그 부동의 질서를 세우신 분은 하나님이시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만물의 모양과 질서를 바라보면서 경탄해 마지않는 것도 좋을 것이지만, 그러나 더 좋은 것은 바로 그 ‘경탄의 모양들’을 만드신 이에게 경배하는 것입니다. 마치 목수가 집을 지었을 때, 그 목수의 손에 들린 연장들에게 감사하지 않고 ‘목수’에게 감사하는 것처럼, 우리는 모든 자연만물과 그 현상을 볼 때마다 그 ‘만물’에게 감사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만드신 하나님께 감사하여야 하는 것이지요.
만물은 필요하고 고맙고 유익한 것이기는 하지만, 경배의 대상은 아닙니다. 새해 일출을 바라보면서도 하나님께 감사하고 경배 찬양하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누구나 사람을 사귈 때에 그 사람이 변치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한 심정적 바람의 증거가 바로 변하지 않는 금, 은 보석들을 좋아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생을 한결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보석 같은 사람을 만나기란 바닷가 모래밭에 내던져진 좁쌀알을 찾는 것처럼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크리스천’이라면 ‘변하지 않는 분’을 만난 것입니다. 바로 천지를 지으신 하나님이십니다. 변하지 않는 천체의 운동을 보기 위해서도 온갖 불편과 고생을 마다않는 열심이 있다면 이제는 그 향방을 하나님께 돌리시기 바랍니다. 결코 변하지 아니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 사랑은 물거품처럼 일어났다가 스러지는 일출의 기대감도, 땅거미의 우울함을 동반하는 일몰의 쓸쓸함도 없고 택한 자녀에게 한결 같고 영원한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합니다.
이제 활짝 열려진 2010년, 오직 하나님 안에서 소망을 이루는 한 해가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산골어부 김홍우 목사 20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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