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주고 간 것
TV에 거의 시간을 들이지 않는 저로서는 누구더라 했었는데 엊그제 신문에 아주 잘 생긴 젊은 아빠와 그 보다도 훨씬 더 잘 생긴 아이가 서로 끌어안고 활짝 웃는 사진과 함께 실린 “이제 더 이상은 울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니 아하, 몇 년 전 연속극 ‘김두한’에서 동대문파 소두목 중에 한 명을 연기를 하였던 사람이구나 하고 알아보았습니다. 탤런트 이광기씨... 7살 난 아이를 신종플루로 먼저 보내고 오열하는 모습이 바라보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지요. 이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기사를 보니, 아들 ‘석규’는 중환자 실로 들어 갈 때만 하여도 아빠가 외치는 “파이팅”을 따라하였었는데 채 이틀도 되지 않아 하늘나라로 갔다고 하네요... 아, 그 때 아빠 된 이의 참담한 심정이란 말로든 글로든 표현할 수 없을 것입니다.
“...심폐소생을 할 때 하나님께 매달렸어요. 우리 석규 살려달라고, 하나님 손길 거두지 마시라고 했는데 안 들어주시네요...”
그 원망의 마음이 회의의 족쇄와 문빗장의 단절로 이어질 수 있는 충분한 분노를 수반하였을 수도 있었는데 이 방송복귀를 알리는 기사를 보니 이광기씨는 자신을 잘 추스르고 또 지켜가고 있네요. 그래요 일찍이 테레사 수녀도 비슷한 원망과 번민으로 회의의 심정이 되곤 하였습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결국에 우리가 알게 될 것은 하나님은 틀리지 않으신다는 것입니다.
이광기씨는 얼마 전 석규의 이름이 삭제된 의료보험증을 받았다고 합니다. 당연한 수순이기는 하지만 참 ‘잔인한 수순’이기도 하지요. “법이 참 잔인합니다. 석규를 잊고 싶지 않는데 잊으라고 독촉을 하네요.” 라고 말하는 아빠는 잔인한 현실과 돌이킬 수 없는 현재 앞에서 슬픔과 우울함이 더하여지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아주 잊을 수는 없다고 하여도 그 비극의 분위기에 매여 망연자실의 날들만을 보내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누구나 다 같을 수는 없지만, 이제는 다윗처럼 털고 일어나서 마음을 정리하고 음식을 먹으며 힘을 낼 때입니다. 앞으로도 할 일이 많고 넘어야 할 산들은 여전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행히 아빠는 독실한 기독신자이고 이 엄청난 슬픔을 기도하며 극복해 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하나님의 위로하심이 함께하기를 기도합니다.
석규의 엄마는 벌써 가슴에 묻은 아이의 이름이 들어있는 ‘주민등록등본’을 여러 장 떼어 놓았다고 합니다. 사실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지만 누가 그 엄마의 앞에서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해서든지 아이의 흔적을 찾고 간직하려는 석규 엄마의 모습은 아빠의 그것과는 또 다른 간절함과 애절함의 표현을 담고 있습니다.
이광기씨는 이 번 일을 통하여 이 전에는 불행한 일을 당한 사람들을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 보았지만, 지금은 ‘나눔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아이가 이 세상에 남아있는 아빠에게 마지막으로 주고 간 가장 큰 선물인지도 모릅니다. 아빠 역시 그렇게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기사는 이렇게 아빠의 새로운 마음가짐을 전하며 끝나고 있습니다.
“인간 ‘이광기’는 똑같아요. 하지만 아버지 ‘이광기’는 가족이 네 명일 때와 세 명일 때는 다르죠. 지금껏 흘려버리는 웃음을 많이 보여 주었다면, 이제는 희망을 줄 수 있는 웃음을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석규가 아빠를 변화시키고 갔네요.”
이광기씨, 다시 한 번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그러나 이 것만은 잊지 마십시오. 먼저 떠난 사랑하는 아들 석규 와는 꼭 다시 만나게 됩니다. 우리 모두는 조금 나중에 떠나는 것뿐이지요.
산골어부 김홍우 목사 20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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