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박스...
“버리는 아기는 여기에 넣어주세요.”
유기되는 신생아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베이비박스’를 서울 난곡동 ‘주사랑공동체’ 앞에 설치하는 사람은 공동체대표 이종락(56)목사님입니다.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버려짐 없이 안전하게 구호하자’는 취지입니다. 베이비 박스... 우리 사회가 정녕 여기까지 왔단 말입니까...
다운증후군을 앓아 말도 못하고 걷지도 못하는 ‘온유’(3)는 3년 전에 영광굴비 박스에 우유병1개, 분유1통, 기저귀5개와 함께 넣어져서 버려져 있었다고 기사(국민일보6451)는 시작합니다. 이렇게 버려진 아이들 12명을 목사님과 사모님(정병옥56)은 11년째 뒷바라지를 하고 있으며 7명의 아이들을 호적에 올렸고 다른 아이들도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사진에는 목사님 내외분이 밝게 웃는 표정으로 아이들과 함께 찍은 컷 사진이 올려져 있는데 한 눈에 보아도 장애를 가진 얼굴을 하고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입니다. 목사님은 저하고 동갑이신데... 그저 죄송하고 감사하고 존경으로 고개가 숙여질 따름입니다.
목사님의 이 사역은 둘째 아이 은만(27)이의 출생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태어나서 곧 전신마비 장애를 갖게 된 아이를 키우면서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고 주사랑공동체의 사역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공동체 앞에 아기가 버려지고 병원 같은 곳에서도 ‘버려진 아기’가 오게 되었습니다. 결국 목사님은 베이비박스를 만들기로 합니다.
“장애아 키울 수 없다면 베이비박스에 넣어주세요.” 고통과 사랑의 명제는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베이비박스는 가로 85cm, 세로 60cm, 높이 40cm이며 이 곳에 신생아를 넣으면 공동체 안에 벨이 울리도록 설계를 했습니다. 무기력한 아기들이 아무렇게나 함부로 버려지면서 자칫 생명을 잃는 것을 막기 위해서 목사님이 고안한 것입니다. 내년까지 전국 20여 곳에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장애인들은 사회에 필요 없는 존재가 아니에요. 이들이 오히려 사회에 산소 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요.” 라고 강조하는 목사님의 말씀을 저는 ‘온정을 베풀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의미에서’라고 해석합니다. 신체적 장래로 인하여 어렵고 열악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끌어안아주는 일이 없다고 한다면 ‘끝날’이 그 만큼 가까이 왔다고 생각하여도 좋을 것입니다.
일전에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올림픽’이 한 창일 때 한 식당에서 TV를 보며 밥을 먹던 아가씨들이 ‘병신육갑잔치’라고 스스럼없이 말하며 웃고 떠드는 것을 보고 분노한 적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아가씨들의 ‘예쁜 입’에서 그러한 참혹한 표현이 나올 수 있는 것일까요. 그것도 ‘개그’의 한 종류라서 함께 웃을 수 있었던 것일까요? 우리 사회 속에 아닌 것처럼 깊숙이 감추어진 장애인에 대한 편협하고 매몰찬 의식의 일단을 드러내 보여주었던 것은 아닐까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言)이라고 하는 행위는 무엇으로도 쉽게 파악할 수 없는 그 어떤 ‘힘’ (能)을 가지고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곧 ‘능력(能力)’으로서 좋은 말 축복의 말은 자신에게도 좋은 일 복 받을 일을 가져오게 되는 반면, 조롱의 말 저주의 말은 - 그 역시 자신에게 조롱과 저주를 가져오게 된다고 말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좋은 말, 칭찬의 말, 포용의 말, 축복의 말을 하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베이비박스... 끔찍한 이름이며 동시에 세상을 밝히는 이름입니다.
다시 한 번 이종락 목사님 부부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 산골짜기 작은 교회에서도 어떻게든 동참의 길을 찾아보겠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서울 난곡동 주사랑공동체’를 위해서 관심을 가지고 기도해 주시고 할 수 있는 한 도움의 손길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산골어부 김홍우 목사 201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