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우리집 강아지 동동이와 함께 뚝방길을 따라서 산책하는 일입니다. 하늘은 이미 훤히 밝았습니다만, 역시 강원도 인지라 해는 아직도 병풍처럼 둘러서있는 저 산들 뒤에 있습니다. 심호흡이 몸에 좋다는 소리를 익히 들은지라 산등성이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크고 깊이 숨을 들이켜 봅니다. 먼저는 그 차가운 공기가 코를 한껏 시리게 합니다. 그리고는 목구멍 쪽이 시원하여 지면서 다시 가슴 역시 뻥 뚫리는 느낌으로의 시원함이 가득해 집니다.
그야말로 몸이 가벼워지고 마음이 후련하여지며 뇌가 맑아지는 느낌인데 모르기는 해도 단순히 느낌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 얼마나 아름답고 멋지고 또 상쾌한 일입니까.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산에 가득한 갖가지 나무들이 뿜어낸 맑은 산소를 아침 일찍 내 것으로 할 수 있도록 하여 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사람들이 가끔씩 “찌들었다.”라는 말을 쓰는 것을 봅니다. 주로 가난에 찌들고 생활에 짓눌린 모양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많은 현대인들이 ‘도시환경’에 찌들어 갑니다. 날마다 도를 더해가는 대기 오염이 그렇고 또 점점 더 각박해 지는 ‘도시인심’이 그렇습니다. 하긴 이제는 ‘시골인심’이라고 더 크게 나을 것도 없기는 합니다만 - 그래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을 다 그렇고 그렇구나 하면서도 크게 좋은 것으로 분명한 것들은 산과 들과 시냇물입니다.
사람은 몸도 마음도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곧 몸으로는 싱그러운 자연 속에서요 마음으로는 하나님을 향한 신앙 안에서 입니다. 그러기에 보는 사람마다 시골 속 자연 생활을 거듭 권유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자신의 발목을 단단히 옥조이고 있는 도심의 족쇄를 풀어볼 엄두도 내지 못하는 모습들입니다. 물론 이해는 되지만 안타까운 마음은 더 큽니다.
인심은 말 그대로 ‘人心’이어서 사람들의 것이며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지만, 지금도 저 산 중턱에 하얗게 눈을 이고 있는 소나무들이나 - 널따랗게 펼쳐놓고 누구의 발걸음도 용납하고 끌어안으며 지금은 쉬고 있는 논밭들의 이어짐이며 - 얼음장 밑에서도 졸졸졸 자신을 알리고 있는 시냇물 소리는 그 모두가 하나님이 만들어 놓으신 것으로서 그야말로 천심(天心)을 보여 줍니다.
누군가 아니 당신이 지금 무엇엔가 시달리고 있다면 그것은 분명 ‘사람’에게서 임이 분명 할 것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인생의 시간들이란 이와 같은 ‘시달림의 연속’이라고 하여도 크게 이의를 말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기에 그러한 와중에서의 지치고 고단함이란 참으로 피하고 싶은 것들 중에서도 앞줄이지요. 그래서 인생의 절반 즈음에 서서 생각해 보면 ‘나를 피하여 가는 것’은 없고 ‘내가 피하여 가야할 것’만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어떻습니까? 몸은 하나님이 지으신 자연 속으로, 마음은 하나님의 말씀 속으로 피하시기를 권면합니다. ‘아우성과 몸부림’ 속에서 단 한 번뿐인 나의 시간들을 까먹고 빼앗기지 마십시오. 무언가 대단 한 것이 나타날 것 같지만 다다르게 되는 곳은 공허함의 중심이며 기다리고 있는 것은 외롭고 쓸쓸한 퇴장 뿐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은 ‘피하여야 할 것’과 ‘떠나야할 때’를 바로 아는 사람입니다. 현실을 모르는 ‘사치함의 쉰소리’라는 눈총과 비아냥을 받을 각오로도 말씀을 드립니다. 결단하십시오. 몸이든 마음이든 출발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목적지도 없습니다. 우리는 싸우고 다투고 시비하고 불평하고 의심하기 위해서 이 세상에 나온 것이 아닙니다.
몸도 마음도 ‘하나님의 품으로-’ 방향을 정하려 할 때에 온갖 핑계들이 내 발목을 붙잡고 매달립니다. 그리하면 큰 일 난다고 귀에 들려오는 속삭임이 있습니다. 대책이 없는 일이라고 나무랍니다. 그러나 우리들이 어렸을 적에 나에 대한 대책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세워주신 것을 기억하십시오. 내가 다시 한 번 ‘거듭나려고’ 모든 것을 훌훌 벗어던지고 ‘아우성과 몸부림’의 땅을 박차고 떠날 때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주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만일 부모님도 믿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고 비참한 사람입니다. 마찬가지로 하나님을 믿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그는 지금 쥐고 있는 것들 중 아무 것도 놓아버릴 수 없기에 또한 역시 아무런 소망도 있을 수 없습니다. 움켜쥐었다가 놓치기를 연속하며 아쉬움과 탄식으로 호흡하는 것 외에 다른 무엇이 있겠습니까.
아름다운 우리 산하에 찬란함으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을 온 몸으로 받으면서 동동이와 함께 뚝방길을 거니는 중에 깨달은 것은 이것입니다.
산골어부 김홍우 목사 2010-12-23